"싸우지 마라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싸움에 휘말렸다면 반드시 이겨라. 이긴 자만이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 있기 때문이다."
신라의 고승 원효가 한 말이라고 전해진다. 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명언 중 하나다.
화해를 하기 위한 전제는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진심이 담긴 사과의 말과 행동이 없다면 상대의 용서를 받을 수없다. 위의 원효대사가 말한 내용 중, 싸움에서 승리한 자는 패배한 자와 화해를 하기 위해 끊임없는 사과의 말을 전했을 것이다. 언제까지? 패자가 "됐다! 이제 당신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내 마음이 평온해졌다"라고 할 때까지가 아니었을까? 이럴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원효도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먼저 다툼을 피하라고 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누군가와 어찌어찌하여 다툼이 생겼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다 쉬운 해결책을 선택하려고 한다. 다툼의 상대방이 아니라 신부님을 찾아가 고해성사를 한다던지 부처님을 찾아 108배를 하고 철야정진기도를 올린다. 매우 잘못된 방법이다. 그래봤자 자기 위안만 될 뿐, 상대방의 감정이 해소될 리가 없지 않은가? 용서는 보이지도 않고 간절히 불러도 대답이 없는 신 따위에게 구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대를 정해서 해야 한다.
나는 성격 자체가 소심하고 유약하여 누군가와의 다툼거리를 만들지 않고 살아왔다. 하지만 인생 말년에 의도치 않게 나로 인해 큰 상처를 받은 친구가 둘이나 생겨 버렸다. 하나는 남자고 또 다른 한 명은 여자다. 당연히 둘 모두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을 수도 없이 하고 용서를 구했다. 결국 그 친구들도 내 정성과 진심에 감동을 했는지 아님 가만 놔두면 계속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입으로나마 "이제 그만해도 돼. 네 잘못도 아니고 괜찮아 너 착한 거 다 알아"란 용서와 화해의 응답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예전의 친밀했던 관계로의 회복은 아직 요원하다. 만약 좀 더 어린 나이였다면 나의 끊임없는 사죄의 말과 행동 그리고 시간이라는 묘약이 있기 때문에 그냥 인생 수업료 세게 한번 치렀네라고 느끼며 지났겠지만, 인제는 두 명 다 나 때문에 생긴 사건의 여파로 인해 그들의 인생 자체가 꼬여버려 서로 간의 관계 회복이 난망해졌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남은 인생에서 두고두고 큰 후회로 남을 일이다.
*이번 글은 타이핑 없이 핸드폰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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