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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이 형님의 비망록

5월31일: 영원한 진리

고사황 2023. 5. 3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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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의 요한복음은 다음과 같은 첫 구절로 시작한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나는 이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말씀(Word)을 시간이란 단어로 대치하고 싶다. 어떤 절대자의 지구 창조과정을 웅장하게 서술하고 있는 창세기도 시간을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그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이어가는 것은 아닐까?
결국 천지가 창조됐다는 것은 곧 시간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태초 이래로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전진해 온 시간, 거꾸로 역행하지도 않고 오로지 직진만 하는 바로 그 시간 안에 모든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이 진리인셈이다.
 
영원한 진리, 변하지 않는 영원한 진리가 있다면 그건 바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예수가 죽음에 대한 비유를 자주 든 것도, 부처가 "한번 쏘아진 시간의 화살은 되돌릴 수 없다"라고 한 것도 모두 시간이라는 진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죽은 후에도 계속 존재하는 것으로, 저 성인들은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죽어버린 내가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 나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존재해 왔고 이번 생의 죽음 이후에도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시간을 인식하는 존재가 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간도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숱한 죽음을 목격했지만 심지어 교황이 죽었어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갔다. 내가 죽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 말은 지금 당장 내가 죽어도 시간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바꿔 말해 죽음과 동시에 어딘가에 이 순간을 인지하는 또 다른 내가 탄생했음을 의미하지 않을까?
 
죽은 뒤에 나는 내가 죽었다는 것을 어떻게 인식을 할까? 아니면 그런 자각을 하지 못한 채로 즉, 죽었다는 인식을 못한 채로 시간이 지나가는 것일까? 내게 "이번 세상에서 넌 죽었어"라고 알려주는 존재가 있을까? 분실한 지갑의 존재를 내게 알려준 택시기사와 같은 존재는 과연 현실에서 무엇일까?  데카르트의 말처럼 존재하는 나 그리고 사유(思惟)하는 나가 아닐까 한다.
 
시간은 거꾸로 갈 수 없는 것처럼 또한 멈출 수도 없다. 다행이다. 끔찍했던 임진왜란이나 한국전쟁 시기에 다시 태어날 일은 없지 않은가. 태초부터 존재해 온 시간의 존재는 지금을 거쳐 앞으로도 영원히 흘러갈 것이다. 멈추지 않고....
그 말은 시간을 인식하는 나라는 존재도 영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없다면 시간을 인식하고 있는 주체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시간이 사라짐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숱한 영웅호걸들, 심지어 예수, 석존, 공자 등이 죽은 뒤에도 시간은 슬퍼하거나 멈추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아무 말 없이 뚜벅뚜벅 나아갈 뿐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나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쳐 금생을 떠나겠지만 나는 흐르는 시간 속에서 다시 태어나 영원할 것이다. 여기서 궁금하고 심오한 사고가 필요한 것이, 나의 죽음뒤에 다시 오는 나를 금생에서 나의 죽음을 목격하고, 아직 살아있는 내 친구, 친척, 가족들은 돌아온 나를 알아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들과의 만남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태어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다시 그들과 어떤 인연으로 연결되어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건 아닐까? 모를 일이다.
 
불교에는 십사무기(十四無記)라는 것이 있다. 석존이 살아생전 설법을 행하실 때 대답하지 않은 14가지 질문이다. 모르셔서 대답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수행을 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무의미한 질문일뿐더러 만약 저질문에 대답을 하게 되면 끊임없는 논쟁으로 파벌이 갈리고 배가 산으로 갈 것을 두려워한 까닭이다.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세계는 영원한가? 
②세계는 무상한가? 
③세계는 영원하면서 무상한가? 
④세계는 영원하지도 무상하지도 않은가? 
⑤세계는 유한한가? 
⑥세계는 무한한가? 
⑦세계는 유한하면서 무한한가? 
⑧세계는 유한하지도 무한하지도 않은가? 
⑨여래(如來)는 사후(死後)에 존재하는가? 
⑩여래는 사후에 존재하지 않는가? 
⑪여래는 사후에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가? 
⑫여래는 사후에 존재하지도 존재하지 않지도 않은가? 
⑬목숨과 신체는 같은가? 
⑭목숨과 신체는 다른가? 

조선시대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과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을 가지고 500년 동안 피 터지게 정쟁을 벌이 것을 생각하면 석존께서는 참 현명한 판단을 하신 것 같다. 13,14번 질문을 제외하고 시간(Time)을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1번부터 12번까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시라. 즉 시간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머릿속에 가지고 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서술해 보란 말이다.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눈앞이 좀 환해지지 않는가? 아니면 머리만 더 아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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