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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이 형님의 비망록

6월14일: 모란

고사황 2023. 6. 1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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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국어 교과서에는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 까지는] 이라는 시가 있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로 시작해서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 찬란한 슬픔의 봄을"로 끝나는 아름다운 시였다.

며칠 전 구글의 알고리즘이 나를 이 시로 안내했다.
 
모란은 나무 백일홍(배롱나무)과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꽃이다. 특히 짙은 자줏빛을 띤 겹모란꽃을 좋아한다. 꽃이 크고 풍성해 보여서 좋다.
그러고 보니 나는 화초보다는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동백꽃, 영산홍, 벚꽃,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 등등..... 그런 날이 올는지는 모르겠으나 너른 마당을 가진 집에 살게 된다면 모란하고 백일홍 나무, 동백꽃은 꼭 심어 두고 감상하고 싶다.
 
우리에게는 김영랑의 시로 잘 알려진 꽃이다. 특히 마지막 문장 ~~~"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는 문구를 국어교과서에서 접했을 때, 사춘기의 감성에 흠뻑 젖었던 나는 "아! 슬픔이 찬란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한 적이 있었다.
 
시 때문인지 몰라도 갑자기 모란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모란 묘목을 주문했다.
예전 고양시에 살 때, 화분에 모란 묘목을 키운 적이 있었다. 결과는 대 실패. 결론적으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울 식물은 아닌 거 같아서 포기하고 있다가 문득 아파트 정원에서 키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묘목을 심으면 3년 뒤에나 꽃을 볼 수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주문을 했다.

관리실에 가서 삽도 빌리고 햇빛이 잘 드는 장소도 봐두었다. 드디어 해가 질 무렵, 때 맞춰 도착한 모란 묘목 2주를 내가 찜해둔, 볕이 잘 드는 곳에 심었다.

무럭무럭 잘 커서 3년 후에는 예쁜 모습을 보여 주려무나
 
그리고
너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마지막 잎새의 담쟁이덩굴처럼 되어다오
나도 기꺼이 베어만 노인이 되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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