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unch

인생 한방이야!

끄적끄적 궁시렁궁시렁

만이 형님의 비망록

6월15일: 사랑의 힘

고사황 2023. 6. 15. 18:24
728x90

반응형

 

The Power of Love라고 하는 팝송이 있다. 제니퍼 러시가 1985년에 발표한 곡으로 훗날 셀린 디옹이 리메이크해서 유명 해진 곡이기도 하다. 가사를 보면 알겠지만 뻔한 연인사이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거기에 아름다운 선율이 더해져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배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남녀 연인 간의 사랑이 아닐까?
그러나 사실 감정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자면, 이성(異性) 간의 사랑이 참 이상(異常) 한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가?
본인이름으로 가족관계부를 한통 떼어 보시라. 배우자를 제외하곤 모두 나하고 피를 나눈 혈연관계이다. 나라는 존재는 부모로부터 반반씩의 피를 물려받았고 또한 내 피의 절반정도가 자식들에게 전해졌다.
딱 한 사람이 예외다. 젊은 시절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물불 안 가리고 연애를 하고 사랑하고 그 결실로 나와 결혼을 한 사람. 가끔 내 눈꺼풀을 뽑아 버리고 싶게 만드는 사람. 바로 배우자이다.
 
배우자와 나와의 관계는 혈연관계가 아닌 계약관계이다 결혼해서 죽을 때까지 서로 아끼며 사랑하고 잘 살아보자고 맹세(서약)를 하고 가정을 꾸린 사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결혼식을 하고 나면 예식장에서 결혼 서약서라는 것을 인쇄해서 앨범과 같이 주었다. 결혼이 계약관계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하겠다. 
반면 위아래로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는 피로 맺어진 관계다. 아무리 호적에서 파낸다고 엄포를 놔도  원래 계약관계가 아니므로 부모와 나, 자식과 나의 관계는 끊어질 수가 없다. 천륜인 셈이다.
그러나 배우자와 나의 관계는 인륜, 즉 계약관계이기 때문에 혼인서약은 마음이 변하면 언제든 파투를 낼 수 있는 관계이다. 국가 간의 조약도 파기를 하는데 사람끼리 맺은 계약이야 말해 뭣하겠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류 문명사에서 사랑을 노래한 것은 찬송가를 빼곤 대부분 연인과의 사랑 노래이다. 부모를 그리워하며 또는 자식을 생각하며 부른 노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압도적 다수는 결국 연인사이의 사랑 노래인 셈이다.
 
왜 그럴까?
연인사이의 관계는 피로 맺어진 관계와는 달리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보장이 없어서 이지 않을까?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어느 정도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설마 상대가 나를 버리겠어?(가끔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또는 나한테 설마 해코지를 하겠어?라는 무의식적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는데 반해 연인 사이는 그 결실을 맺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그야말로 위기의 연속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상대에게 "내가 진심으로 이렇게 널 사랑하고 있어"라고 하는 인식을 계속 심어 줄 필요가 있고 그것이 노래나 소설, 시로써 표현되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한쪽은 진심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은 이미 떠난 경우에 발생한다. 결국 실연의 아픔을 간직하게 되는 쪽은 조금이라도 더 상대를 사랑했던 쪽이 될 터이고 대부분 이별을 통보받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별수 없다 시간이 묘약이요 여자는 여자로서 잊는다고 다른 구애의 대상을 물색하는 수밖엔... 이문열이 전성기 시절 쓴 소설 중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책에서 이런 실연의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강추!
 
요즘 젊은 세대는 연애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도 아까와해서 자기 취미생활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도 사실은 비혼주의자였지만 내가 청춘을 보냈던 시절에 비혼주의자는 어딘가 모지란 놈 취급을 받던 시기여서 적극적으로 그 길을 개척할 순 없었다. 그저 지금의 세대가 부러울 뿐이다.

728x90

'만이 형님의 비망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25일: 우연  (0) 2023.06.25
6월20일: 바이크  (1) 2023.06.20
6월15일: 금연  (1) 2023.06.15
6월14일: 모란  (3) 2023.06.14
6월12일: Gratitude  (0) 2023.06.12